올해 초부터 목표로 삼았던 11월 JTBC 마라톤 풀코스, 드디어 완주했다. 첫 풀코스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참 쉽지 않았는데, 그 모든 시간이 이제 하나의 소중한 기억이 되었구나.
첫 마라톤 풀코스 준비 과정
7월, 8월 - 거리 늘리기. 그러나 마음이 앞섰던..
풀코스 완주를 목표로 매달 조금씩 마일리지와 거리를 늘려갔다. 7월에는 2주 간격으로 25km, 30km까지 거리를 늘리며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몸은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예전에는 가벼운 통증이 있어도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회복되었기에 이번에도 괜찮을 거라 믿고 8월에도 계속 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왼쪽 무릎 통증이 낫지 않았고, 오른쪽 부주상골과 인대 쪽 통증이 새롭게 생겼고 점점 심해졌다.
24년 7월 러닝 로그 |
24년 8월 러닝 로그 |
9월, 10월 - 부상 회복에 집중
9월 중순쯤 되니, 이대로 가다간 풀코스에 참여조차 못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발목 상태 회복에 집중하기로 했다. 무릎과 발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체중 조절을 위한 가벼운 조깅만 하며 컨디션을 관리했다.
여전히 통증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풀코스 한 달 전인 10월 3일 국제평화마라톤 하프코스에 LSD 훈련 목적으로 참가했다. 보호대를 착용하고 뛰었을 때 발 상태가 어떤지, 하프를 뛰었을 때 발이 얼마나 버텨줄지 확인하고 싶었다. 평소보다 느린 6:30 페이스로 뛰었지만, 완주 후 부주상골 통증이 너무 심해 제대로 걷기도 어려웠다. 풀코스 도전을 포기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 시점에서 더 이상의 훈련은 무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완주하지 못해도 괜찮으니, 마라톤에 참가할 수 있는 몸 상태라도 만들자는 생각으로 발목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2주간 집중적으로 관리한 덕분에 조금씩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고, 이대로만 회복된다면 참가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마지막 2주 동안 부족했던 훈련을 보완하기 위해 30분 달리기, 30분 사이클, 천국의 계단을 조합한 훈련을 2~3시간씩 진행했다. 혹시나 부상이 악화될까 봐 모든 훈련에서 발목 보호대와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며 신중하게 준비를 마쳤다.
24년 9월 러닝 로그 |
24년 10월 러닝 로그 |
마라톤 당일의 준비와 레이스 전략
장거리 훈련이 부족한 탓에 후반부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평균 6:20~6:30 페이스로 레이스를 운영하고, 이후에는 걷고 뛰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완주를 목표로 삼았다.
발목은 거의 회복됐지만, 부주상골에 남아있는 약간의 통증이 신경 쓰여서 평소보다 테이핑을 더 많이 했다. 레이스 중에 에너지가 부족할 것을 대비해 에너지젤, 식염포도당, 포도당캔디도 넉넉히 챙겼다.
서울 도심을 가로지른 42.195km의 여정
설렘과 긴장 속에서 시작된 레이스
설렘과 긴장 속에서 레이스가 시작됐다. 계획한 페이스대로 차분히 속도를 유지하며 뛰기 시작했다. 차로만 지나쳤던 서울 시내를 발로 누비는 재미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여의도를 지나 시청, 청계천, 동대문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점점 집중력은 떨어졌다. 25km 구간까지 함께 뛰어준 승현이 형, 수많은 응원, 힘들 때마다 물, 콜라, 레몬 등을 건네주신 이름 모를 응원단 분들 덕분에 32km까지 올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남은 10km 어떻게든 완주하자.
이제부터는 남은 10km를 ‘걷뛰’ 전략으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걷고 뛰기를 반복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뛸 때마다 뛸 수 있는 거리가 줄어들었다. 처음엔 2km를 뛸 수 있었는데, 이내 1km, 500m로 줄어들었다. 마지막에는 뛰고 싶어도 다리가 따라주지 않았다. 천천히 뛰어도 심박수가 치솟았고, 에너지는 거의 고갈된 상태였다. 대부분의 응원에 감사의 손짓을 보냈지만, 끝날 무렵엔 반응할 힘조차 없었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5시간 안에 완주하려면 얼만큼 더 뛰고 얼만큼 걸어야 할까"만 남아 있었다.
마지막 1km. 다 왔다.
마지막 1km 남은 지점에 도착했을 때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준비 과정에서의 부상이 떠올라서였을까, 마지막 10km의 힘겨운 걷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제 끝이라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혹은 완주를 앞둔 기쁨과 성취감 때문이었을까. 감정을 겨우 눌러가며 마침내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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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코스 마라톤 완주로부터 배운점
나는 왜 풀코스 마라톤을 뛰었을까?
작년 여름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단순히 달리는 게 좋았고, 자연스럽게 더 멀리, 더 빨리 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하지만 더 멀리, 더 빨리 뛰는 일은 마음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음이 앞서면 몸이 견디지 못한다는 걸, 이번 도전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내 몸을 살피고, 몸과 마음이 함께 가야만 가능한 일.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잠시 멈추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운이 좋았다.
대회 직전에 부상을 당했거나, 회복이 되지 않은 채 출전해야 했다면 마음이 어땠을까? 그 상실감은 컸을 것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오버트레이닝을 주의해야 한다는 점과, 회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앞으로는 장거리 훈련 시 테이핑이나 보호대 착용에 더 신경 쓰며, 부상을 예방하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이번 대회에 무사히 참여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기쁘고 후련하고 상쾌한 마음이다.
다음 계획
러너들의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인 2024 JTBC 마라톤이 끝났다. 준비 과정부터 대회 순간까지 모든 것이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마라톤은 하나의 축제이자, 그 준비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마라톤이다. 이제 다음 목표는 2025년 동아마라톤이다. 4달 하고 2주 남았다. 이번에는 부상 없이 무사히 준비하는 것이 목표다. 페이스와 관계없이, 42.195km를 내 페이스로 주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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