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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서울마라톤(동아마라톤) 풀코스 완주 후기 (feat. 장경인대 부상 극복)

by 러너콜리 2025. 3. 23.

첫 풀코스 마라톤을 마치고 약 4개월 반만에 두번째 마라톤을 완주했다.

 
첫 풀코스 이후 조심스럽게 러닝을 이어왔지만, 안타깝게도 마라톤을 3달 앞둔 시점에 또다시 부상이 찾아왔다. 무릎과 고관절 바깥쪽의 통증 - 장경인대 부상이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무리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부상이 찾아왔다. 이번 글에서는 장경인대 부상 상황에서 풀코스 마라톤을 어떻게 준비했는지를 중심으로 정리해보았다.

참고로 이 글은 기록 단축이 목표인 러너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으며, 부상이 있을 때에도 무조건 달리라고 권장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때로는 멈추는 것도 중요한 결정이며, 휴식 또한 충분히 좋은 선택지입니다.

 

부상이 있는데도 달리기로 결정한 이유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장경인대 부상이 찾아왔지만, 나는 끝까지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큰 이유는 대회까지 2.5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어 회복될 가능성이 있기도 하고, 또한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미리 포기하는 것은 내 성격과 맞지 않았다.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더라도, DNF(Did Not Finish)를 하게 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첫 풀코스에서 경험했던 현장의 열기와 에너지를 다시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결국 대회 당일의 컨디션에 따라 멈춤 여부를 결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마라톤은 대회 당일만이 아닌, 그것을 준비하는 전체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 어떤 어려움이 찾아오든,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인 것이다. 그 과정의 끝에는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와 성취감, 그리고 값진 배움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준비 과정


135.3 km


91.4 km

60.3km

74.3km (3/15까지)

 

1월: 부상이 찾아왔다.

한창 마일리지를 올려야 하는 시점에 부상이 찾아왔다. 5km정도 뛰면 무릎과 고관절 바깥쪽에 통증이 느껴졌다. 다행히 통증은 1~2일 후에 자연 회복되었다. 어떤 의사선생님 유튜브에서 3일 이내에 자연 회복되는지 여부에 따라 부상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했기에^^; 처음에는 단순히 무리해서 그런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5km 이내로 달릴 때는 괜찮았지만, 거리를 늘리면 통증이 재발했고 결국 장경인대 부상인 것을 알게 되었다. 검색해보니 대부분 최소 몇 달은 고생하는 그런 부상이었다. '계속 뛰어도 괜찮을까?'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2월~3월: 둔근 운동 및 스트레칭 병행

여러 자료를 통해 둔근 보강이 장경인대 부상 극복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둔근을 강화하고 장경인대 주변 근육의 유연성을 높이는 스트레칭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 방법이 장경인대 증후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판단하여 둔근 운동과 계단 오르기를 꾸준히 실천했다.
 
다음은 내가 실천했던 둔근 운동과 많은 도움이 되었던 유튜브 영상들이다

  • (헬스장에서) 머신을 활용한 둔근 강화운동: 힙쓰러스트, 데드리프트, 아웃타이, 스쿼트
  • (회사 혹은 집에서) 계단 오르기
    • 둔근에 자극이 가도록 자세를 신경써야한다: 참고 영상

 

 

 

  • (집에서) 밴드를 활용한 둔근 강화운동: 참고 영상
  •  (집에서) 3월에는 장경인대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스트레칭도 추가했는데, 이 또한 효과가 좋았던 것 같다.
  • (10km 이상 거리를 달릴때) 무릎보호대나 짱짱한 레깅스를 입어 약간의 보호가 될 수 있도록 했다.

 

3주 전: 고구려 마라톤 LSD 에서 "계획적 걷뛰" 아이디어를 얻다.

서울마라톤 전 마지막 LSD를 목표로 고구려마라톤 32km 부문에 참가했다. 그런데 5km 지점부터 장경인대가 너무 아파왔다. 당장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렇게 추운 날 뚝섬까지 왔는데 걷기와 뛰기를 번갈아 하더라도 최소 10km만 가자"는 생각으로 계속 나아갔다.
뛰다 보니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아팠던 장경인대가 조금 걷다보면 통증이 나아져서 다시 1~2km를 뛸 수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거리 목표를 21km로 늘리게 되었고, 결국 하프거리까지 뛸 수 있었다.
 
풀코스의 경우 후반부에 많이 걷게 되는데, '어차피 걸을 거라면 중간중간 걷뛰로 뛰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계획적 걷뛰" 아이디어를 얻은 순간이었다.


 

2주 전: "계획적 걷뛰"로 30km LSD 를 달리며 완주 가능성을 확인하다

고구려 마라톤에서 계획했던 32km를 뛰었다면 2주 전 장거리 LSD는 진행하지 않았을 텐데, 한번은 뛰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30km LSD를 시도했다. 목표는 백운호수를 한 바퀴(약 3km) 뛰고 걷고를 반복하여 30km를 달리는 것이었다.
고구려마라톤 때보다는 장경인대 상태가 좋아진 기분이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한 바퀴를 다 돌기도 전에 장경인대 통증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럴 땐 3km가 되지 않더라도 멈추고 걸었다. 다행히 큰 무리 없이 30km를 완주할 수 있었다. 풀코스 마라톤 완주 가능성을 한층 더 높인 순간이었다.

 
 

D-1 레이스 준비

레이스 전략

목표 기록은 지난 풀코스 마라톤 기록보다 조금 빠른 4시간 50분으로 잡았다. AI와 함께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적 걷뛰 목표를 세웠다.

구간 패턴 달리기 페이스 걷기 지점
첫 10km 4.9km 달리기 + 100m 걷기
(5km 간격)
6'21"/km 5km, 10km
중반 10-30km 2.9km 달리기 + 100m 걷기
(3km 간격)
6'28"/km 13km, 16km, 19km, 22km, 25km, 28km
후반 30-42.2km 1.9km 달리기 + 100m 걷기
(2km 간격)
7'03"/km 32km, 34km, 36km, 38km, 40km, 42km

 

레디샷

기온 4~6도, 비 확률 60%(예상 강수량 0.4mm), 풍속 1.1~4.2m/s가 예보된 날이었다. 평소처럼 싱글렛이나 반팔을 입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풀코스라는 긴 구간동안 걷고 뛰는 과정에서 차가운 비바람을 정면으로 맞다보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아 따뜻한 복장을 선택했다. 

  • 스노우피크 바람막이
  • 살로몬 기능성 긴팔
  • 레스테 스킨랩 프로 롱 타이즈
  • 데상트 쇼츠
  • 데카트론 손모아 장갑
  • 아디다스 썬캡
  • 살로몬 펄스벨트
  • 루디프로젝트 고글
  • 샥스 오픈런 프로
  • 아미노바이탈 + 바이탈 솔루션 에너지젤
  • 삭스업 양말
  • 나이키 알파플라이3

 
결과적으로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레이스 당일에는 예보대로 비가 내리는 구간들이 여럿 있었고, 후반부로 갈수록 바람이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든든한 바람막이와 따뜻한 복장 덕분에 쾌적하게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었다. 날씨를 미리 확인하고 제대로 준비한 보람이 확실히 있었다.
 

당일의 레이스

 
지난 마라톤 기록이 4시간 56분이었기에 E조를 배정받아 그곳에서 출발했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바람막이 덕분에 오히려 상쾌하게 느껴졌다. 계획대로 '계획적 걷뛰'를 실행했다.
 
10km까지는 5km를 뛰고 100m가량을 걷는 전략을 충실히 따라갔다. 9km 지점에서 장경인대가 미세하게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행히 곧 10km 급수대가 나타났고, 그곳에서 100m가량 걸었더니 다시 달릴 때는 불편함이 사라졌다.
 
10km부터는 원래 3km씩 걷뛰할 예정이었지만, 생각보다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최근 2~3달간 달리면서 한 번도 느끼지 못한 기분이었다. 장경인대가 아플까 봐 조심스럽게 달렸던 덕분인지 전혀 힘들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비와 바람마저도 짜릿하게 느껴질 정도로 상쾌했다. 3km마다 걷뛰하려던 계획을 5km 단위로 변경했다.
 
20km를 돌파했을 때도 장경인대는 괜찮았다. 힘이 전혀 들지 않았고 심박수도 140정도로 안정적이었다. 하프 지점에서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는 본능적으로 페이스를 km당 6분으로 끌어올렸고, 35km까지 지치지 않고 달렸다(5km 단위 계획적 걷뛰는 계속 유지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준비량이 부족했는데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고 35km까지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니... 작년 JTBC 마라톤에서는 어떻게든 완주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면, 오늘의 나는 대회를 여유롭게 운영하며 레이스를 즐기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이지만 목소리가 터져라 응원해주시는 응원단 분들께 반응하며 정말 즐겁게 달렸다.
 
38km 지점에서 잠실대교를 마주했을 때는 완주에 대한 안도감과 함께 울컥한 감정이 밀려왔다. '이제 되었구나, 이 감정을 느끼고 싶었던 거지...' 대회에 참가하기 전 생각했던 바로 그 감정이 내게 찾아왔고, 오늘 참여하기로 한 그 결정이 얼마나 옳았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완주 후, 웃으며 메달을 걸어주시는 분의 "고생하셨습니다" 한 마디에 또 한번 울컥했다. 그간의 마음고생과 오늘의 레이스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최종 기록은 4시간 30분 1초. 작년 11월 JTBC 풀코스 마라톤 대비 약 26분 단축된 기록이었다.

 
 

풀코스 후 몸상태

믿겨지지 않지만, 풀코스를 완주한 당일의 몸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42.195km를 달린 직후임에도 특별한 불편함이 없었다. 다음 날에는 약간의 장경인대 통증이 찾아왔지만, 그마저도 하루가 지나자 완전히 사라졌다. 적절한 페이스 조절과 계획적인 걷뛰기 덕분에 몸이 빠르게 회복된 것 같다.
 

완주 후기

부상 덕분에 약한 근육을 인지하고 강화할 수 있었다.

장경인대 부상은 처음에는 큰 좌절로 다가왔지만, 오히려 이 경험을 통해 내 몸의 약한 부분을 정확히 알게 되었다. 이는 마치 소프트웨어의 버그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과정과도 같았다. 내가 잘못 사용하고 있거나 약한 근육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강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거리를 늘리는 마일리지 훈련만큼이나 약한 부위를 강화하는 보강운동과 스트레칭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부상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까지도 이 부분을 간과하고 달리기만 했을지도 모른다.
 

부상 덕분에 풀코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즐기며 뛸 수 있었다.

부상으로 인해 '계획적 걷뛰'라는 전략을 세우게 되었고, 이는 정말 신의 한수였다. 부상을 의식하여 조심스럽게 달렸기 때문에 오히려 전체 레이스를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평소라면 욕심을 내어 페이스를 올리다가 후반부에 지쳤을 텐데, 부상 때문에 신중하게 달렸고 그 결과 마지막까지 체력을 유지하며 완주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부상이 오히려 나에게 맞는 더 나은 러닝 전략을 세우게 해준 셈이다.
 

응원단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코스 내내 응원해주시는 응원단 분들의 존재는 정말 큰 힘이 되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며 "화이팅!"을 외쳐주는 그 순간들은 잊을 수 없다. 그 순간 느꼈던 인류애와 에너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응원단 분들의 격려는 내 페이스를 유지하고 레이스를 즐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누군가의 응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직접 체험하니, 나 역시 다른 이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사이에도 서로를 응원하고 힘을 주는 그 따뜻한 연대감은 마라톤의 또 다른 매력이다.
 

마지막으로, 마법의 질문을 소개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살다보면 이루고 싶은 목표를 어렵게 만드는 난관과 포기해야만 할 것 같은 어려움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 한 가지 마법의 질문을 떠올려보자.
 
이번 마라톤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은 것은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미리 포기하기보다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행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장경인대 부상으로 인해 시도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결국 기분 좋은 레이스와 완주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재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 하나의 과정이 되고, 그 과정은 미래를 바꾸는 힘이 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갔을 때 다른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의 노력과 인내, 그리고 작은 성취들이 소중한 전리품으로 남게 된다.
 
이번 마라톤은 단순한 달리기 대회를 넘어,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소중한 경험이었다.